시안이 세 번씩 왕복하는 건 디자이너 탓이 아니에요. 넘긴 자료가 로고 파일 하나뿐이어서 그래요. 우리 같은 규모에 필요한 건 두꺼운 브랜드북이 아니라 A4 한 장이에요. 오늘 저녁 두 시간이면 만들 수 있는 최소 규격을 그대로 옮겨 드릴게요.
디자이너한테 상세페이지를 맡겼는데 시안이 세 번 왕복했어요. 색이 다르고 로고는 작고 폰트는 딴 거였죠. 그쪽 잘못이 아니었어요. 제가 넘긴 자료가 로고 파일 하나뿐이었거든요. 그날 저녁에 A4 한 장짜리 가이드를 만들었고 그다음 작업부터 왕복이 한 번으로 줄었어요.
브랜드 가이드라고 검색하면 대기업 PDF가 쏟아져요. 로고 변천사부터 응용 사인물 규정까지 나오죠. 그거 만드는 데 몇백만원 쓰고 정작 외주 디자이너는 첫 장만 보고 닫아요. 우리한테 필요한 건 그런 물건이 아니에요.
실무에서 쓰이는 가이드는 A4 한 장·글자 1천 자 이내면 충분해요. 디자이너가 작업하다 막혔을 때 3초 안에 답을 찾으면 그걸로 역할을 다한 거예요. 두 장이 넘어가는 순간부터 안 읽습니다.
합격 기준은 하나예요. 내가 옆에 없어도 남이 우리 브랜드처럼 보이는 결과물을 뽑아내면 통과. 못 뽑아내면 빠진 칸이 있는 거예요.
이 문서는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해요. 6개월 뒤에 내가 직접 배너를 만들 때 그때그때 감으로 고르면 브랜드가 조금씩 흔들려요. 적어 두면 고민할 일이 없어져서 작업 시간 자체가 줄어요. 판단을 매번 새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생각보다 큰 이득이에요.
순서까지 이대로 쓰시면 돼요. 위에서부터 사고가 자주 나는 순서로 배치한 거예요.
| 칸 | 적는 방식 | 예시 |
|---|---|---|
| 로고 | 최소 크기·여백·금지 사용 | 가로 24px 이상 / 여백은 로고 높이의 50% |
| 색 | HEX 코드로만 | 메인 #1B1B1B / 포인트 #E0503C / 회색 3단 |
| 글꼴 | 이름과 굵기와 크기 | 프리텐다드 / 제목 700 / 본문 400 15px |
| 사진 | 톤·비율·금지 컷 | 자연광 / 4대5 / 과한 보정 금지 |
| 말투 | 어미와 금지어 | 해요체 고정 / 최고·1위 표현 금지 |
| 규격 | 페이지별 픽셀 | 상세 가로 860 / 썸네일 1000×1000 |
| 파일명 | 규칙 한 줄 | brand_상품코드_01.jpg |
일곱 칸 중에 딱 하나만 고르라면 색이에요. 색만 정확히 맞아도 결과물이 브랜드처럼 보이거든요. 반대로 색이 어긋나면 나머지가 완벽해도 어딘가 어색해요.
표는 노션이든 구글 문서든 상관없어요. 다만 PDF로 한 번 뽑아서 링크로 공유하세요. 편집 가능한 문서를 주면 외주가 자기 편한 대로 고쳐 놓는 일이 생겨요. 파일명에 날짜도 넣으시고요. 브랜드가이드_v3_251013 처럼요. 예전 버전으로 작업된 결과물이 섞이는 게 제일 골치예요.
짙은 남색이라고 쓰면 열 명이 열 가지 색을 가져와요. 무조건 HEX 코드예요. 메인 하나·포인트 하나·회색 세 단계면 충분하고요. 회색을 세 단계로 쪼개 두는 게 은근히 큰 차이를 만들어요. 배경용과 본문용과 보조 텍스트용이 나뉘거든요.
글꼴은 상업용 무료 폰트로 정하세요. 프리텐다드·SUIT·나눔스퀘어 같은 것들이요. 유료 폰트를 쓰다가 외주가 라이선스 없이 작업하면 나중에 곤란해져요. 굵기도 두 개만 허용하세요. 제목 700에 본문 400 이런 식으로요. 굵기가 다섯 개 섞이면 페이지가 금세 어수선해져요.
크기는 모바일 기준으로 적어야 해요. 손님 열에 아홉은 폰으로 봐요. 본문 15px에 줄간격 1.7 정도가 무난하고 그보다 작으면 이탈이 늘어요. PC 화면에서 예쁘게 맞춘 시안이 폰에서 개미글씨가 되는 사고가 정말 흔해요.
글꼴 파일도 같이 넘기세요. 이름만 적어 주면 비슷한 걸 깔아서 쓰는 경우가 있어요. 웹폰트 주소나 폰트 파일을 압축해서 로고 원본이랑 같은 폴더에 넣어 두면 실수가 안 나와요. 폴더 하나를 통째로 공유하는 방식이 메일에 파일을 흩뿌리는 것보다 관리가 훨씬 쉬워요.
색과 글꼴은 한 번 정하면 잘 안 틀리는데 사진은 매번 흔들려요. 촬영자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니까요. 그래서 사진 칸에는 말로 된 설명 말고 레퍼런스 컷 3장을 박아 두세요. 좋은 예 두 장에 나쁜 예 한 장이면 돼요.
여기에 숫자 규격도 같이 적습니다. 상세페이지 가로 860px·썸네일 1000×1000·JPG 품질 80·장당 300KB 이하 같은 식으로요. 용량 기준을 안 적으면 3MB짜리 이미지가 열 장씩 올라와서 페이지가 기어가요. 모바일에서 로딩이 1초 늘면 구매율이 눈에 띄게 빠져요.
파일명 규칙도 한 줄 넣으세요. 상품코드_01.jpg 처럼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상품이 300개쯤 쌓이면 이거 안 해 둔 걸 뼈저리게 후회해요...
배경 처리 규칙도 한 줄 넣어 두면 좋아요. 상품 컷을 흰 배경으로 딸지 자연광 그대로 갈지요. 이게 섞이면 목록 화면에서 상품들이 제각각으로 보여요. 손님은 개별 상세페이지보다 목록을 훨씬 오래 봐요. 목록에서 통일감이 나오면 브랜드가 정돈돼 보이고 클릭도 같이 올라가요.
디자이너가 아니라 상세페이지 카피를 외주 줄 때 이 칸이 일해요. 어미를 하나로 고정하세요. 해요체인지 합니다체인지요. 섞이면 브랜드가 어려 보였다 딱딱해 보였다 왔다 갔다 해요.
금지어도 같이 적어 두세요. 최고·1위·완벽 같은 절대 표현은 표시광고법 쪽에서도 위험해요. 근거 자료 없이 쓰면 과장광고로 걸릴 소지가 있어요. 대신 쓸 표현을 옆 칸에 나란히 적어 두면 외주가 헷갈리지 않아요. 예를 들어 1위 대신 재구매율 높은 이라고 적는 식이요.
가격과 할인 표기 방식도 정해 두세요. 30퍼센트 할인인지 30% 할인인지 같은 사소한 것도 페이지마다 다르면 어수선해요. 숫자와 단위 표기 규칙 한 줄이면 됩니다. 만원으로 쓸지 10,000원으로 쓸지도 미리 정하시고요. 이런 게 쌓여서 브랜드 인상을 만들어요.
4번이 진짜 시간을 아껴 줘요. 색까지 다 입힌 완성본을 받고 나서 구조를 바꾸자고 하면 서로 지쳐요. 흑백 레이아웃 단계에서 뒤집으면 30분이면 끝나고요. 5번처럼 번호로 말하면 감정 상할 일도 줄어요. 취향 얘기가 아니라 규격 얘기가 되니까요.
비용도 미리 못 박아서 보내세요. 상세페이지 한 장에 얼마고 수정은 몇 회까지 포함인지요. 보통 2회까지 포함하고 그다음부터 추가 비용으로 잡아요. 이걸 안 정하면 수정 요청을 눈치 보면서 하게 되고 결과물도 어정쩡해져요. 서로 편하자고 하는 일이에요.
납품 파일 형식도 적어 두세요. 완성 이미지만 받으면 나중에 문구 하나 고치는 데 다시 외주를 써야 해요. 원본 작업 파일도 같이 받는 조건으로 진행하세요. PSD든 피그마 링크든 상관없어요. 이거 하나 빠뜨려서 몇 달 뒤에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경우를 여러 번 봤어요.
가이드는 한 번 만들고 끝이 아니에요. 새 상품군이 생기거나 촬영 톤이 바뀌면 슬슬 어긋나기 시작해요. 분기에 한 번 최근 결과물 다섯 개를 펼쳐 놓고 가이드랑 대조해 보세요. 실제로는 다르게 쓰고 있는데 문서만 옛날 상태인 칸이 꼭 하나씩 나와요.
그때 문서를 현실에 맞추면 돼요. 반대로 현실을 문서에 맞추려 들면 아무도 안 지켜요. 가이드는 규칙이라기보다 지금 우리 모습을 적어 둔 메모에 가까워요.
버전이 올라가도 예전 파일은 지우지 말고 따로 보관하세요. 지난 시즌 배너를 다시 꺼내 쓸 일이 꼭 생기거든요. 폴더 이름에 연도만 붙여 두면 충분해요. 여기까지 해 두면 브랜드 자산이 흩어지지 않고 한군데 쌓여요.
가이드 한 장 만드는 데 두 시간이면 충분해요. 그 두 시간이 앞으로 몇 년간 왔다 갔다 할 수정 요청을 절반으로 줄여 줘요. 오늘 저녁에 표부터 그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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