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을 몇 개 둘지부터 막히죠. 저도 처음엔 두 개로 시작했다가 결제가 죄다 싼 쪽으로 몰리는 걸 보고 다시 짰어요. 사람은 가격을 절대값으로 못 읽거든요. 옆에 뭐가 있느냐로 판단해요. 그 습성을 이용하는 설계를 정리해봤어요.
요금제 페이지를 만들 때 제일 먼저 막히는 게 이거예요. 플랜을 몇 개 두지? 답은 거의 항상 셋이에요. 노션도 셋이고 슬랙도 셋이고 국내 SaaS도 대부분 셋이죠. 다들 남 따라 하는 것 같지만 이유가 있어요.
월 29,000원은 비싼가요 싼가요. 이 질문엔 답이 없어요. 옆에 뭐가 놓여 있느냐로 정해지거든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4,500원이 비싸 보이다가도 옆에 8,000원짜리 스페셜티가 있으면 갑자기 합리적으로 느껴지잖아요. 요금제도 똑같아요. 우리가 파는 건 가격이 아니라 비교할 기준이에요.
그래서 플랜을 하나만 두면 손님은 비교 대상을 밖에서 찾아요. 경쟁사 페이지로 간다는 뜻이죠. 우리 페이지 안에서 비교가 끝나게 만드는 게 요금제 설계의 출발점이에요.
사람은 선택지가 셋이면 가운데를 고르는 습관이 있어요. 제일 싼 건 부족해 보이고 제일 비싼 건 과해 보이니까요. 이걸 극단 회피라고 불러요.
2단으로 두면 어떻게 되냐면 대부분 싼 쪽으로 몰려요. 제 주변 사례들 보면 대략 이런 분포가 나와요.
같은 제품인데 평균 결제 금액이 확 달라져요. 제일 비싼 플랜이 실제로 안 팔려도 괜찮아요. 그 플랜의 역할은 팔리는 게 아니라 가운데를 합리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재밌는 건 최상위 플랜을 없애면 가운데 플랜 결제도 같이 줄어든다는 거예요. 비교 대상이 사라지니까 중간이 갑자기 비싸 보이거든요. 그래서 안 팔리는 플랜이라도 함부로 지우면 안 돼요.
플랜마다 역할을 먼저 정하고 기능을 나중에 배치하는 게 순서예요. 반대로 하면 기능 나열표가 되고 아무도 안 읽어요.
| 플랜 | 역할 | 가격비 | 담을 것 | 담으면 안 되는 것 |
|---|---|---|---|---|
| 스타터 | 진입 문턱 낮추기 | 1 | 핵심 작업 하나를 끝까지 완결 | 무제한 옵션 |
| 프로 (추천) | 실제로 팔 플랜 | 2.5~3 | 성장하면 반드시 필요한 3~5개 | 전 기능 몰아넣기 |
| 비즈니스 | 기준점 역할과 상위 흡수 | 6~8 | 팀 권한·API·전담 지원 | 가격 숨기기 |
역할을 먼저 정하면 기능 배치가 쉬워져요. 스타터에는 손님이 혼자서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작업 하나를 담고 프로에는 팀이나 매출이 커졌을 때 없으면 불편한 걸 담아요. 비즈니스는 권한과 보안과 지원이에요. 이 구분만 지켜도 요금제 페이지가 훨씬 읽기 쉬워져요.
숫자로 예를 들면 19,000원 / 49,000원 / 129,000원 같은 구성이에요. 비율로 보면 1 대 2.6 대 6.8이죠. 중간과 최상위 간격이 너무 좁으면 기준점 역할을 못 하고 너무 벌어지면 아예 다른 제품처럼 보여요. 6~8배가 제 경험상 무난했어요.
여기서 하나 덧붙이면 가운데 플랜에 가장 많이 선택 같은 문구를 붙이는 건 실제로 그럴 때만 쓰세요. 거짓말은 금방 들통나고 신뢰가 한 번 깨지면 회복이 안 돼요.
해외 요금제 페이지를 그대로 번역하면 꼭 빠지는 것들이 있어요.
가격 옆에 무엇을 기준으로 매기는지도 꼭 적어주세요. 사용자당인지 워크스페이스당인지 주문 건수당인지요. 이게 모호하면 손님은 제일 비싸게 나오는 경우를 상상해요. 그리고 그 상상에서 이탈해요.
요금 인상은 매출을 늘리는 제일 빠른 방법인데 잘못하면 이탈이 한꺼번에 터져요. 저는 이 순서로 해요.
인상 폭은 한 번에 15~25%가 무난했어요. 그보다 크면 설명이 길어지고 그보다 작으면 몇 달 뒤에 또 올려야 해서 피곤해요.
요금제는 한 번 정하면 끝나는 게 아니에요. 저는 분기마다 플랜별 결제 비중을 봐요. 가운데 플랜 비중이 50% 밑으로 떨어지면 설계를 다시 봐야 한다는 신호로 읽어요. 반대로 80%를 넘으면 위쪽 플랜이 너무 멀다는 뜻이고요...
요금제를 바꾸면 평균 결제 금액과 이탈이 같이 움직여요. 그래서 바꾸기 전후를 나란히 놓고 봐야 해요. 저는 대시부스터에서 플랜별 매출 비중과 실제 남는 돈을 같이 보면서 조정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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