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2월 마지막 주가 되면 창고에 쭈그리고 앉아서 옷을 한 장 한 장 세던 기억, 다들 있으시죠. 밤 11시에 재고 수량이 시스템이랑 안 맞아서 처음부터 다시 세고... 그러다 다음 날 정신 못 차리고. 근데 그렇게 하루 이틀 몰아서 세는 게 사실 제일 비효율적이에요. 매일 조금씩 나눠 세는 방법이 있거든요.
전수조사(전체 재고를 한 번에 다 세는 것)는 규모가 작을 땐 그럭저럭 돌아가요. 근데 SKU가 200개, 300개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재앙이 됩니다. 하루 날 잡아서 판매도 멈추고, 직원 붙여서 세고, 그래도 안 맞아서 재검하고... 이 과정이 1년에 한두 번이면 그때마다 이틀씩 마비되는 거예요.
그래서 큰 회사들이 오래전부터 쓰는 방법이 순환실사(cycle counting)예요. 전체를 한 번에 세지 않고, 매일 정해진 양만큼 조금씩 나눠서 세는 거죠. 창고 문 닫을 필요도 없고, 밤샐 일도 없고... 오히려 정확도는 더 올라가요. 이게 핵심이에요.
연말 전수조사가 정확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아요. 이유는 단순해요. 사람은 지치면 실수하거든요.
500개 SKU를 하루에 다 세려면 한 사람이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쉬지 않고 세야 하는데, 오후 3시쯤 되면 집중력이 뚝 떨어져요. 뒤로 갈수록 대충 세고, "아 대충 맞겠지" 하고 넘어가고. 그렇게 세어놓은 숫자를 1년 내내 믿고 쓰는 거예요.
더 큰 문제는 오차가 나도 원인을 못 찾는다는 거예요. 12월 31일에 A상품이 시스템상 40개인데 실제로 33개면, 그 7개가 언제 없어졌는지 알 방법이 없어요. 3월에 파본으로 뺐는지, 7월에 도난인지, 9월에 출고 실수인지... 1년치를 통으로 뭉쳐놨으니 추적이 안 되죠.
| 구분 | 연말 전수조사 | 순환실사 |
|---|---|---|
| 실사 빈도 | 연 1~2회 | 매일 조금씩 |
| 1회 소요 | 이틀·야근 | 하루 20~40분 |
| 판매 중단 | 필요(창고 마비) | 불필요 |
| 오차 발견 시점 | 연말 한 번에 | 거의 실시간 |
| 원인 추적 | 사실상 불가 | 가능(범위가 좁음) |
| 피로도 | 극심 | 낮음 |
재고가 안 맞으면 결국 돈 계산이 다 틀어져요. 있는 줄 알고 광고 태운 상품이 실제로는 품절이라 주문 취소가 나고, 없는 줄 알고 재발주 안 한 상품이 창고에 쌓여 있고. 이게 다 겉으로만 남는 것처럼 보이는 순수익을 갉아먹는 원인이에요.
거창하게 시스템 도입할 필요 없어요. 엑셀 한 장하고 매일 30분만 있으면 됩니다. 순서는 이래요.
1단계. 전체 SKU를 등급으로 나눠요. 매출·재고금액 기준으로 상위 20% 정도를 A등급, 중간을 B, 나머지 꼬리를 C로 잡아요. 흔히 ABC 분석이라고 부르는데, 매출의 80%를 만드는 20% 상품이 A예요. 이 상품들은 자주 세야 하고, 안 팔리는 C는 가끔 세도 돼요.
2단계. 등급별로 세는 주기를 정해요. 예를 들면 A등급은 월 1회, B는 분기 1회, C는 반기 1회. 이렇게만 해도 1년이면 모든 상품이 최소 한 번은 세어져요.
| 등급 | SKU 예시 | 실사 주기 | 연간 실사 횟수 |
|---|---|---|---|
| A (핵심 매출) | 60개 | 월 1회 | 12회 |
| B (중간) | 140개 | 분기 1회 | 4회 |
| C (롱테일) | 300개 | 반기 1회 | 2회 |
3단계. 하루 할당량으로 쪼개요. 위 표대로면 A는 연 720회분(60×12), B는 560회분, C는 600회분, 합쳐서 연 1,880회 실사가 필요해요. 영업일을 250일로 잡으면 하루에 약 7~8개 SKU만 세면 되는 거예요. 하루 8개면 진짜 20~30분이면 끝나요.
4단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세요. 오전에 주문 처리 전, 창고가 조용할 때가 제일 좋아요. 세는 사람이 시스템 수량을 미리 안 보게 하는 게 포인트예요. 숫자를 알고 세면 무의식적으로 그 숫자에 맞춰버리거든요... 백지 상태에서 실물부터 세고, 나중에 시스템하고 대조하세요.
순환실사의 진짜 가치는 여기서 나와요. 오차를 발견했을 때 "아 다시 세야 하네"로 끝내면 반쪽짜리예요. 오차가 왜 났는지를 매번 기록해야 해요.
제 경험으론 재고 오차 원인이 대충 이렇게 나뉘어요. 출고 실수(잘못된 사이즈 발송), 반품 재입고 누락, 파본·불량 폐기 미반영, 샘플·촬영용 반출, 그리고 도난. 이걸 오차 날 때마다 한 줄씩 적어두면 두 달만 지나도 패턴이 보여요.
예를 들어 "반품 재입고 누락"이 자꾸 뜨면 반품 처리 프로세스에 구멍이 있는 거예요. 고객이 반품한 옷이 창고엔 들어왔는데 시스템 수량엔 안 더해지는 거죠. 이건 세는 방법을 바꿀 게 아니라 반품 접수 담당자 손발을 맞춰야 하는 문제예요. 이렇게 오차의 원인을 잡아야 오차 자체가 줄어들어요.
그리고 재고 정확도는 숫자로 관리하세요. 실사한 SKU 중에 시스템하고 딱 맞은 비율, 이걸 재고정확도(IRA)라고 해요. 처음 시작하면 보통 80% 초반이 나와요. 순환실사를 석 달 돌리면 대개 95% 위로 올라가고, 잘 자리 잡으면 98~99%까지 가요. 이 숫자가 오르는 걸 눈으로 보면 직원들도 동기부여가 돼요.
| 월 | 실사 SKU | 일치 SKU | 재고정확도 |
|---|---|---|---|
| 1월 | 160 | 131 | 81.9% |
| 2월 | 160 | 147 | 91.9% |
| 3월 | 160 | 153 | 95.6% |
| 4월 | 160 | 158 | 98.8% |
재고 정확도 얘기를 하다 보면 "그거 창고 일이지, 매출이랑 무슨 상관이야" 싶을 수 있는데, 사실 직결돼요.
재고가 안 맞으면 두 가지 손해가 나요. 하나는 과잉 발주예요. 있는데 없는 줄 알고 또 사입하면 그만큼 돈이 재고로 묶여요. 자사몰 사장님한텐 이 묶인 돈이 생각보다 뼈아프거든요. 정산은 며칠 뒤에 들어오는데 사입비는 지금 나가니까... 정산 주기와 현금 흐름이 빡빡한 상태에서 재고까지 잘못 쌓이면 통장이 진짜 위험해져요.
다른 하나는 판매 기회 손실이에요. 실제론 재고가 있는데 시스템상 품절로 잡혀 있으면 팔 수 있는 걸 못 파는 거죠. 광고비 써서 데려온 손님을 품절 문구로 돌려보내는 거예요. ₩30,000짜리 원피스 10건만 이렇게 놓쳐도 매출 ₩300,000이 그냥 날아가요.
그래서 저는 재고 정확도를 그냥 창고 KPI가 아니라 돈 KPI로 봐요. 재고 수량이 정확해야 순수익 계산도 정확하고, 재발주 타이밍도 잡히고, 광고 태울 상품도 자신 있게 고를 수 있어요. 매출하고 재고 상태를 한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보는 대시보드가 있으면 이 판단이 훨씬 빨라지고요. 대시부스터 같은 도구를 쓰는 것도 결국 이 숫자들을 한눈에 묶어서 보려는 거예요.
처음엔 귀찮아요. "이걸 매일 하라고?" 싶죠. 근데 하루 20~30분이 몸에 익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져요. 연말에 다가올 그 지옥 같은 이틀이 사라지니까요. 그리고 재고 오차가 실시간으로 잡히니까 "지금 이 상품 몇 개 남았지?"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게 돼요.
이번 주부터 딱 이것만 해보세요. 매출 상위 20개 상품만 골라서, 내일 아침에 20분 내서 세보는 거예요. 시스템 수량 안 보고 실물부터. 그리고 대조. 몇 개가 안 맞는지 보면... 아마 깜짝 놀라실 거예요. 거기서 순환실사가 시작돼요.
딱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관리 SKU가 100개를 넘어가고 전수조사가 하루 안에 안 끝나기 시작하면 순환실사로 넘어갈 때예요. 50개 이하면 그냥 월 1회 전수조사도 괜찮아요. 세는 데 두세 시간이면 끝나니까요.
세무·회계상 기말 재고 확정을 위해 연말에 한 번은 전체를 맞춰보는 게 안전해요. 다만 순환실사로 1년 내내 정확도를 98% 넘게 유지했다면, 그 연말 실사는 확인 차원이라 몇 시간이면 끝나요. 밤샐 일이 없어지는 거죠. 참고로 기말 재고 금액은 부가세·소득세 계산에도 바로 영향을 주니까 숫자가 정확할수록 세금 신고도 깔끔해져요.
돼요. 시작은 엑셀로 충분해요. SKU 목록, 등급, 마지막 실사일, 오차 원인 열만 있으면 돌아가요. 다만 SKU가 500개를 넘어가고 하루 실사량이 많아지면 바코드 스캐너 도입을 고민하세요. 세는 속도와 입력 오류가 확 줄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