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실사 하다가 구석에서 먼지 쌓인 박스를 발견한 적 있으실 거예요. 작년 여름에 자신만만하게 들여온 그 컬러, 아직도 절반이 남아 있죠. "언젠간 팔리겠지" 하고 놔둔 게 벌써 1년... 근데 이게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게 진짜 문제예요. 안 팔리는 SKU는 조용히 창고 자리, 관리비, 그리고 사장님 머릿속 용량까지 야금야금 갉아먹거든요.
온라인 셀러들이 매출은 매일 챙겨 보는데, 정작 "이 품목을 계속 팔아야 하나"는 잘 안 따져요. 신상 소싱은 재밌고, 단종은 왠지 지는 느낌이라서요. 그런데 안 팔리는 SKU를 끌어안고 있으면 돈이 세 군데서 동시에 새요. 창고 자리, 재고에 묶인 현금, 그리고 운영하는 사람의 관심. 이 글에서는 감이 아니라 숫자로 "얘는 보내줘야 한다"를 판단하는 기준을 잡아볼게요.
많은 분이 데드스톡의 손해를 그냥 "소싱비 날린 것" 정도로만 생각해요. 근데 재고를 쥐고 있는 동안 계속 나가는 비용, 이걸 재고 유지비(carrying cost)라고 하는데 이게 은근히 커요. 창고 임대료나 3PL 보관료, 재고 실사에 드는 인건비, 파손·오염·유행 지남에 따른 가치 하락까지 다 포함돼요.
업계에서는 보통 연간 재고 유지비를 재고 원가의 20~30%로 잡아요(추정치예요, 우리 창고 조건마다 다릅니다). 감이 잘 안 오시죠. 숫자로 볼게요.
| 항목 | 잘 팔리는 SKU | 안 팔리는 SKU |
|---|---|---|
| 소싱 단가 | ₩12,000 | ₩12,000 |
| 재고 수량 | 30개(월 1회전) | 50개(1년째 정체) |
| 묶인 현금 | ₩360,000 | ₩600,000 |
| 연 유지비(25% 가정) | ₩90,000 | ₩150,000 |
| 1년 뒤 예상 가치 | 거의 전량 판매 | 시즌 지나 −40% 헐값 |
보이시죠. 안 팔리는 50개는 소싱비 60만 원이 1년 내내 통장이 아니라 박스 안에 잠겨 있고, 그 위에 유지비 15만 원이 얹혀요. 게다가 시즌 지나면 정가로는 못 팔아서 −40% 떨이... 이러면 소싱비도 다 못 건져요. 현금이 재고로 굳는 게 왜 무서운지는 정산 주기와 현금흐름 얘기랑 같이 보면 더 와닿아요.
"느낌상 안 팔리는 것 같은데"로는 정리 못 해요. 매번 미련이 남거든요. 그래서 숫자를 정해두고 그 선을 넘으면 기계적으로 후보에 올리는 게 좋아요. 제가 실제로 보는 지표는 네 개예요.
1) 판매율(Sell-through rate)
일정 기간에 들여온 재고 중 몇 %가 팔렸는지예요. (판매 수량 ÷ 입고 수량) × 100. 패션 기준으로 시즌 초 8주 안에 판매율 40% 밑이면 노란불, 20% 밑이면 빨간불로 봐요. 계절 안 타는 상품이면 기준을 좀 더 여유 있게 잡아도 되고요.
2) 재고 회전율(Inventory turnover)
1년에 재고가 몇 바퀴 도는지예요. 연 매출원가 ÷ 평균 재고금액. 이 숫자가 낮을수록 현금이 오래 묶여 있다는 뜻이에요. 카테고리 평균보다 눈에 띄게 낮은 SKU는 일단 의심 대상이에요.
3) 마지막 판매일
의외로 이게 제일 정직해요. "최근 60일 안에 한 번도 안 팔린 SKU" 리스트를 뽑으면 정리할 애들이 확 드러나요. 90일 넘게 무판매면 사실상 죽은 재고라고 봐도 돼요.
4) GMROI(재고 총이익 투자수익률)
이게 핵심이에요. 재고에 넣은 돈 1원이 마진을 얼마나 뽑아내는지 보는 지표거든요. 계산은 연 매출총이익 ÷ 평균 재고원가. 1.0 미만이면 그 SKU에 묶인 돈이 원가만큼도 못 벌고 있다는 신호예요.
SKU가 200개 넘어가면 전부 똑같이 신경 쓸 수가 없어요. 그래서 매출·이익 기여도로 등급을 나눠요. 흔히 ABC 분석이라고 하죠.
| 등급 | 보통 비중 | 이익 기여 | 대응 |
|---|---|---|---|
| A | 상위 20% SKU | 이익의 약 70% | 품절 절대 금지, 재고 넉넉히 |
| B | 다음 30% | 이익의 약 20% | 적정 재고 유지, 관찰 |
| C | 하위 50% SKU | 이익의 약 10% | 단종·묶음판매 후보 |
여기 숫자는 파레토 경향을 보여주는 대략치예요. 우리 스토어에 대입하면 비율은 조금씩 달라져요. 그래도 방향은 거의 항상 비슷해요. 하위 절반의 SKU가 이익의 10%밖에 안 만들면서 창고 자리는 절반을 먹고 있다는 것...
C등급이라고 다 자르라는 건 아니에요. 그 안에서 아까 본 4가지 숫자가 다 나쁜 애들, 그러니까 판매율 낮고, 회전 안 되고, 90일 무판매에, GMROI 1.0 미만인 SKU가 진짜 단종 1순위예요. 여기서 조심할 게, 단순히 매출만 낮다고 자르면 안 돼요. 매출은 작아도 마진율이 높아서 실제 순이익 기여는 쏠쏠한 니치 상품이 섞여 있거든요. 매출이 아니라 원가·수수료·광고비까지 뺀 진짜 이익으로 봐야 해요. 이 함정은 매출은 느는데 통장은 그대로인 이유에서 더 자세히 다뤘어요.
바로 손절하기 전에 한 번은 시도해볼 만한 게 있어요. 무조건 자르는 게 능사는 아니라서요.
첫째, 묶음·끼워팔기. 잘 나가는 A등급 상품에 재고 많은 C등급을 세트로 붙여요. "이 원피스 + 안 나가던 스카프 세트"처럼요. 헐값 떨이보다 브랜드 이미지도 덜 상하고, 객단가도 올라가요. 객단가 얘기는 객단가 올리는 법 쪽이랑 같이 보면 좋아요.
둘째, 노출·광고를 딱 2주만 몰아주기. 상품 자체는 괜찮은데 그냥 안 보여서 안 팔린 경우가 꽤 있어요. 대표 이미지랑 썸네일만 바꿔도 반응이 오는 경우가 있고요. 그래도 반응 없으면 그때 미련 없이 보내면 돼요. 참고로 대시부스터 픽셀 부스터를 쓰면 이런 짧은 테스트에서도 실제 구매 전환이 서버 단에서 정확히 잡혀서, "노출은 늘었는데 진짜 팔린 건가"를 감이 아니라 숫자로 확인할 수 있어요.
셋째, 기간 한정 클리어런스. 살릴 가망이 없으면 빠르게 현금화하는 게 유지비 계속 무는 것보다 나아요. −40%에 팔아도, 1년 더 안고 가면서 −60%까지 떨어지는 것보다는 낫거든요. 재고는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이라는 걸 잊으면 안 돼요.
SKU 정리는 한 번 크게 하고 끝내는 이벤트가 아니라 습관이어야 해요. 안 그러면 6개월 뒤에 똑같이 먼지 쌓인 박스를 또 발견하거든요. 저는 매달 말에 이 순서로 봐요.
먼저 "최근 90일 무판매" 리스트를 뽑고, 그중 재고 금액 큰 순으로 정렬해요. 위에서부터 열 개만 봐도 돼요. 각각에 대해 살릴 카드를 쓸지, 클리어런스로 뺄지 그 자리에서 정하고요. 신상 소싱 예산의 일부는 항상 "정리로 확보한 현금"에서 나오게 만들면, 재고가 굴러가는 선순환이 생겨요.
이 루틴이 자리 잡으면 창고가 가벼워지는 게 눈에 보여요. 자리도 나고, 관리도 편하고, 무엇보다 잘 나가는 상품에 쓸 현금이 확보돼요. 정리는 지는 게 아니라, 이기는 상품에 베팅할 실탄을 만드는 일이에요.
바로 자르지 마세요. 매출이 작아도 마진율이 높으면 재고 회전만 조금 개선해도 알짜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노출·광고를 2주 몰아주거나 세트 구성으로 회전을 붙여보고, 그래도 90일 넘게 안 돌면 그때 판단해도 늦지 않아요. 핵심은 매출이 아니라 GMROI(재고에 넣은 돈이 마진을 뽑는지)로 보는 거예요.
다 볼 필요 없어요. ABC로 나눠서 하위 50%(C등급)만 보면 돼요. 거기서 "90일 무판매 + 재고 금액 큰 순" 상위 열 개부터 손대세요. 상위 이익 상품(A등급)은 정리 대상이 아니라 품절만 막으면 되니까 시간을 아껴도 됩니다.
시즌 상품은 절대 기준이 아니라 판매율로 봐요. 시즌 초 8주 판매율이 40% 밑이면 조기 클리어런스를 준비하고, 시즌 끝나면 무조건 재고를 0에 가깝게 털어내는 걸 목표로 잡으세요. 다음 시즌까지 안고 가면 유지비에 유행 지남까지 겹쳐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져요.
대시부스터는 원가·수수료·세금 다 뺀 SKU별 실제 순수익을 실시간 대시보드로 보여줘요. 어떤 품목이 진짜 돈을 벌고 어떤 게 자리만 먹는지 한눈에 정리해 보세요.
7일 무료로 시작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