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은 늘 빠듯한데 창고는 꽉 차 있어요. 매출은 나쁘지 않은데 왜 자꾸 카드값 막을 돈이 없는지... 이거 저만 그런 거 아니죠. 답은 대부분 창고 선반 위에 조용히 쌓여 있어요. 재고회전율이라는 숫자 하나만 제대로 보면, 그 잠긴 돈이 어디서 얼마나 새고 있는지 눈에 보이기 시작해요.
이커머스 3년차쯤 되면 다들 비슷한 벽을 만나요. 매출표는 우상향인데 통장 잔고는 제자리, 아니 오히려 마이너스로 가는 느낌. 저도 그랬어요. 월 매출 3,000만 원 찍고 기분 좋았는데 정작 다음 달 사입 대금 치를 현금이 없어서 급하게 마이너스 통장 열었거든요. 매출은 있는데 돈이 없다... 이 미스터리의 범인은 열에 아홉은 재고예요.
재고는 돈이에요. 그것도 이미 나간 돈. 창고에 옷 100장이 걸려 있으면 그건 옷이 아니라 지갑에서 빠져나간 현금 다발이 옷걸이에 걸려 있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이걸 '자산'이라고 부르니까 마음이 편해지죠. 회계장부상 자산인 건 맞아요. 근데 안 팔리면? 그냥 자리만 차지하는 굳은 돈이에요.
재고회전율 공식은 학교에서 배운 그대로예요. 보통은 이렇게 쓰죠.
재고회전율 = 매출원가 ÷ 평균재고(원가 기준)
여기서 대부분 멈춰요. 숫자 하나 나오고 "아 5회네" 하고 끝. 근데 이걸 자금 관점으로 뒤집으면 갑자기 무서워져요. 회전율을 회전일수로 바꿔보는 거예요.
재고회전일수 = 365 ÷ 재고회전율
회전율이 5회면 회전일수는 73일이에요. 이 말은 뭐냐면, 내가 사입에 쓴 돈이 다시 현금이 되어 통장으로 돌아오기까지 평균 73일이 걸린다는 뜻이에요. 두 달 반. 그동안 그 돈은 창고에 잠들어 있어요. 카드값은 45일 뒤에 빠져나가는데 재고는 73일 뒤에 팔린다? 그 28일치 갭이 바로 매달 통장을 쥐어짜는 정체예요.
제 매장 예전 숫자로 한번 돌려볼게요. 여성 의류 자사몰 기준이에요. 부가세 계산이 헷갈리면 부가세 미리 떼두기 글도 같이 보면 좋아요. 여기선 원가 기준으로만 볼게요.
| 항목 | A 상품(스테디) | B 상품(시즌) | C 상품(안 팔림) |
|---|---|---|---|
| 재고 수량 | 40장 | 60장 | 80장 |
| 장당 사입가 | 12,000원 | 15,000원 | 18,000원 |
| 묶인 현금 | 48만 원 | 90만 원 | 144만 원 |
| 월 판매량 | 35장 | 12장 | 2장 |
| 회전일수(추정) | 약 34일 | 약 150일 | 약 1,200일 |
| 판정 | 건강 | 주의 | 사실상 죽은 돈 |
C 상품 보이시죠. 144만 원이 창고에 묶여 있는데 한 달에 2장 팔려요. 이 재고가 다 소진되려면 40개월, 그러니까 3년 넘게 걸린다는 얘기예요. 그때쯤이면 유행 지나서 못 팔 확률이 훨씬 높고요. 저 144만 원은 회계상 '자산'이지만 실제로는 그냥 얼어붙은 돈이에요. 통장에 있었으면 A 상품 더 떼와서 몇 바퀴는 돌렸을 텐데...
여기서 핵심은 가중평균 함정이에요. 세 상품 합쳐서 전체 회전율만 보면 "우리 매장 회전 괜찮은데?" 하고 넘어가요. A가 빠르게 돌아서 전체 숫자를 예쁘게 만들어주거든요. 근데 상품별로 쪼개보면 C 같은 놈이 조용히 현금을 삼키고 있어요. 평균은 거짓말을 잘 해요.
그래서 저는 분기에 한 번씩 이 작업을 해요. 순서는 이래요.
1. 상품별로 회전일수를 뽑아요. 전체 평균 말고 SKU 단위로요. 엑셀에 '현재 재고 수량', '최근 30일 판매량'만 있으면 회전일수는 바로 나와요. 재고 ÷ (판매량÷30). 판매량이 0인 놈은 계산이 안 되죠. 그게 제일 위험한 애들이에요.
2. 90일 넘는 재고에 빨간 줄을 그어요. 패션은 시즌이 짧으니까 저는 90일을 기준으로 잡아요. 식품이면 더 짧게, 가전이면 더 길게. 업종마다 다르지만 "우리가 감당 가능한 자금 회수 기간"으로 정하면 돼요.
3. 빨간 줄 재고는 원가 밑이라도 털어요. 이 부분이 사장님들이 제일 못 하는 거예요. "원가가 얼만데 손해 보고 팔아?" 근데 이미 나간 돈은 매몰비용이에요. 18,000원에 산 걸 12,000원에 팔면 6,000원 손해 같지만, 안 팔면 18,000원 전부가 창고에서 썩어요. 게다가 그 자리를 잘 팔리는 A 상품이 못 쓰고 있죠. 손절해서 현금 12,000원 회수하면 그걸로 A를 한 바퀴 더 돌릴 수 있어요.
4. 회수한 현금은 회전 빠른 상품에 재투자해요. 이게 회전율 게임의 전부예요. 같은 100만 원이라도 34일에 한 번 도는 상품에 넣으면 1년에 10바퀴, 죽은 상품에 묶이면 0바퀴. 마진율이 같아도 최종 수익은 10배 차이가 나요. 재고관리는 결국 "내 현금을 가장 빨리 도는 곳에 계속 밀어넣기"예요.
회전율만 쫓으면 또 다른 함정에 빠져요. 무조건 싸게 던져서 빨리 팔면 회전은 좋아지는데 남는 게 없어요. 반대로 마진만 챙기려고 비싸게 붙들고 있으면 회전이 죽고요. 이 둘은 시소예요.
그래서 저는 항상 두 숫자를 나란히 놓고 봐요. 상품이 도는 속도(회전일수)랑 한 바퀴 돌 때 실제로 손에 남는 돈(순수익). 여기서 순수익은 판매가에서 원가만 뺀 게 아니라 결제 수수료, 택배비, 부가세까지 다 뺀 진짜 남는 돈이에요. 이 계산을 손으로 하려면 진짜 골치 아파요... 저는 대시부스터 대시보드에서 상품별 순수익이랑 판매 흐름을 같이 보면서 "얘는 느린데 마진이 좋으니 붙들고, 쟤는 빠른데 남는 게 없으니 가격 손보자" 같은 판단을 해요. 순수익 개념이 헷갈리면 순이익 착시 글을 먼저 읽어보길 권해요.
정리하면 이래요. 회전율은 '내 현금이 얼마나 자주 일하러 나가느냐', 순수익은 '한 번 나갈 때 얼마 벌어오느냐'예요. 둘 다 좋아야 자금이 돌아요. 하나만 좋으면 반쪽짜리예요.
업종마다 완전히 달라요. 패션·잡화는 연 6회 이상(회전일수 60일 이하)이면 건강한 편이고, 식품처럼 유통기한 짧으면 훨씬 높아야 해요. 가전·가구는 연 3~4회도 정상이에요. 절대 기준보다는 '우리 사입 주기랑 카드 결제일 안에 현금이 돌아오는가'를 기준으로 잡으세요. 그게 자금 관점의 진짜 합격선이에요.
대부분은 그래요. 이미 지불한 사입비는 매몰비용이라 판매 여부와 상관없이 돌아오지 않아요. 안 팔면 창고비·관리 시간·기회비용까지 계속 새고, 시간 지나면 값어치는 더 떨어져요. 원가 이하라도 현금으로 바꿔 회전 빠른 상품에 재투자하면 오히려 총수익이 커지는 경우가 많아요. 단, 브랜드 가격이 무너지지 않게 채널은 분리하세요.
가장 간단한 건 '현재 재고 수량 ÷ (최근 30일 판매량 ÷ 30)'이에요. 예를 들어 재고 60장에 30일간 12장 팔렸으면 하루 0.4장, 60 ÷ 0.4 = 150일이에요. 판매량이 0인 상품은 계산 자체가 안 되는데, 그게 바로 제일 먼저 손봐야 할 죽은 재고예요.
원가·수수료·세금 다 뺀 진짜 순수익과 재고에 묶인 현금을 한 화면에서 봐요. 대시부스터로 창고에 잠든 돈부터 깨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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