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입가에 3배 붙였는데 왜 남는 게 없을까요. 같은 원가인데 어떤 옷은 3만 원에 완판되고 어떤 옷은 2만 원에도 밑져요. 원가가산과 가치기반, 두 방식을 언제 어느 상품에 써야 하는지 실제 사례로 갈라드릴게요.
재작년 여름에 리넨 셔츠를 하나 들여왔어요. 사입가 8,200원, 여기저기서 "3배는 붙여야지"라는 말을 하도 들어서 24,900원에 걸었죠. 잘 팔렸어요. 그런데 한 달 정산을 뽑아보니 남는 게 생각보다 없더라고요... 카드수수료·네이버페이 수수료·택배비·반품·부가세까지 다 떼고 나니, 장당 실제로 손에 쥐는 건 4천 원이 채 안 됐어요. 반대로 같은 시즌에 감으로 32,000원에 걸었던 원피스는 "이걸 이 값에 판다고?" 소리를 들으면서도 완판됐고요. 도대체 가격은 뭘 보고 정해야 하는 걸까. 이 글은 그때 제가 정리한 답이에요.
원가가산(cost-plus)은 이름 그대로예요. 들어간 돈을 다 더하고, 거기에 원하는 마진을 얹는 방식. 계산이 정직하고 빠르다는 게 장점이에요. 신상을 하루에 30개씩 올려야 하는 자사몰·스마트스토어 셀러한테는 이만한 게 없어요. 감성 따질 시간이 없거든요.
다만 여기서 많이들 미끄러져요. "원가"를 사입가로만 잡는 거예요. 진짜 원가는 사입가가 아니라 그 상품 하나가 팔릴 때까지 붙는 모든 비용이에요. 리넨 셔츠로 다시 계산해 볼게요. 판매가 24,900원 기준이에요.
| 항목 | 금액 | 비고 |
|---|---|---|
| 판매가 | 24,900원 | 부가세 포함 |
| 부가세(1.1로 나눔) | −2,264원 | 일반과세자, 공급가 22,636원 |
| 사입가 | −8,200원 | |
| PG·네이버페이 수수료 | −800원 | 약 3.2% 추정 |
| 택배비(반품 안분 포함) | −3,200원 | 왕복·반품률 반영 |
| 포장·부자재 | −400원 | |
| 실제 순수익 | 7,772원 | 광고비 빼기 전 |
여기서 광고를 태우면요? ROAS 300%짜리 캠페인이면 판매가의 1/3, 약 8,300원이 광고비로 나가요. 그럼 이 셔츠는 팔수록 마이너스예요... 3배 룰만 믿고 걸었다가 광고까지 켜면 밑빠진 독이 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원가가산을 쓰더라도 이 "진짜 원가"를 먼저 잡아야 마진율이 의미가 생겨요. 이 부분은 순이익 착시 글에서 더 파고들었으니 같이 보시면 좋아요.
가치기반(value-based)은 방향이 반대예요. 원가에서 출발하지 않아요. "고객이 이 상품에 얼마까지 낼 마음이 있나"에서 시작해서, 거기에 값을 맞춰요. 아까 그 32,000원 원피스가 이 케이스였어요. 사입가는 셔츠랑 비슷했는데도 가격을 높게 걸 수 있었던 건, 그 옷이 고객한테 "결혼식 하객룩 고민 끝"이라는 가치를 줬기 때문이에요.
가치기반이 통하려면 원가로는 설명이 안 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해요. 이런 것들요.
같은 원가의 티셔츠라도, 상세페이지에서 "그냥 검정 티"로 보이면 15,000원이 천장이에요. 반대로 "하루 종일 안 늘어나는 데일리 티, 3년째 재구매 1위"로 보이면 26,000원도 붙어요. 물건이 아니라 맥락에 값을 매기는 거예요. 그래서 가치기반은 사진·후기·카피에 투자가 선행돼야 굴러가요. 여기서 값이 붙으면 자연스럽게 객단가도 같이 올라가고요.
정답은 "둘 다"예요. 다만 상품 성격에 따라 갈라 써야 해요. 저는 이렇게 나눠요.
| 상품 유형 | 추천 방식 | 이유 |
|---|---|---|
| 기본템·회전 빠른 소모품 | 원가가산 | 비교당하기 쉬워 가격 민감, 물량 승부 |
| 시즌 신상·트렌드템 | 가치기반 | 지금 아니면 못 사는 맥락, 대체재 적음 |
| 브랜드 시그니처·후기 많은 효자상품 | 가치기반 | 신뢰가 가격 방어, 재구매 축 |
| 재고 소진·이월 | 원가가산(원가 방어선) | 손해만 안 보면 되는 구간 |
| 세트·번들 | 혼합 | 바닥은 원가, 묶음 가치로 상단 올림 |
실무 순서는 이래요. 먼저 원가가산으로 "이 밑으로는 절대 안 판다"는 바닥값(손익분기)을 정해요. 이게 방어선이에요. 그다음 가치기반으로 "여기까지는 받아도 되겠다"는 천장을 찾아요. 실제 판매가는 이 둘 사이에서 정하면 돼요. 바닥값 잡는 계산은 손익분기 분석 글에 따로 정리해뒀어요.
마지막으로 하나. 가격은 한 번 정하고 끝이 아니에요. 사입가가 오르고, 수수료 정책이 바뀌고, 경쟁사가 세일을 걸어요. 분기에 한 번은 전 상품 마진을 다시 훑어보세요. 특히 광고 태우는 상품은 ROAS 변동에 따라 실질 마진이 계속 움직이니까요.
원가가산부터요. 진짜 원가(사입가+수수료+택배+부가세)를 정확히 잡는 습관부터 들이는 게 먼저예요. 바닥값이 눈에 보여야 그 위로 가치기반을 얹을 자신도 생겨요. 원가 계산이 흐릿한 상태에서 가치기반 흉내부터 내면, 비싸게 판다는 착각 속에서 실제론 밑지는 경우가 많아요.
아니요. 먼저 내 실제 순수익 바닥값을 확인하세요. 그 밑이면 따라가면 안 돼요. 대신 후기·사진·묶음 구성 같은 가치 요소로 차별화가 가능한 상품이면, 가격은 유지하고 "왜 우리가 그 값인지"를 상세페이지에서 설명하는 쪽이 나아요. 가격 전쟁은 자본 큰 쪽이 이겨요.
네. 할인율은 판매가가 아니라 바닥값(손익분기)을 기준으로 정하세요. "30% 세일"이 실제로는 순수익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경우가 흔해요. 특히 광고까지 켜져 있으면요. 할인 전에 그 가격에서도 남는지 한 번만 계산해 보면 사고를 막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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