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 열어놓고 상품 200종을 하나씩 훑다 보면 30분이 그냥 날아가요. 이게 잘 나가나, 저건 왜 안 팔리나, 발주는 언제 넣지... 근데 솔직히 말하면, 그 200종이 다 똑같이 중요하지가 않거든요. 매출의 대부분은 몇십 종에서 나와요. 나머지는 그냥 자리만 차지하는 경우가 많고요...
재고 관리 이야기를 하면 다들 "다 중요하죠"라고 해요. 맞는 말이긴 한데... 현실적으로 사장님 손은 두 개고 하루는 24시간이잖아요. 200종을 다 똑같은 강도로 챙기는 건 불가능해요. 그러다 정작 매출의 절반을 책임지는 효자 상품이 품절 나서 며칠 못 파는 일이 생기고요.
제가 처음에 딱 이랬어요. 안 나가는 상품 재고 정리하느라 반나절을 쓰고, 정작 제일 잘 나가던 니트가 품절인 걸 이틀 뒤에 알았거든요. 그 이틀 동안 광고는 계속 돌고 있었고... 클릭은 들어오는데 살 물건이 없었던 거죠. 그날 이후로 재고를 대하는 방식을 바꿨어요. 오늘은 그 방법, ABC 분석을 실전으로 풀어볼게요.
ABC 분석은 사실 어렵지 않아요. 뿌리는 파레토 법칙이에요. 전체 매출의 80%가 상위 20% 상품에서 나온다는 거요. 물론 딱 80대20으로 안 맞을 때도 많아요. 어떤 스토어는 70대30이고, 어떤 데는 90대10이기도 하고요. 근데 방향은 거의 항상 맞아요. 소수의 상품이 매출을 끌고 간다는 거...
그래서 재고를 세 등급으로 나눠요. 매출 기여도가 압도적인 A등급, 중간인 B등급, 그리고 있으나 마나 한 C등급. 이렇게 나눠놓고 관리 노력을 A에 몰아주는 거예요.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면 아무도 제대로 못 챙겨요. 냉정하게 줄을 세워야 해요.
한 가지 짚고 갈 게 있어요. 여기서 '기여도'를 뭘로 볼 거냐가 정말 중요해요. 매출 금액으로 볼 수도 있고, 판매 수량으로 볼 수도 있고, 순이익으로 볼 수도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순이익 기준을 제일 좋아해요. 매출은 큰데 마진이 얇아서 남는 게 별로 없는 상품이 A등급으로 잘못 올라가는 걸 막아주거든요. 이 얘기는 뒤에서 더 할게요.
거창한 툴 없어도 돼요. 스마트스토어든 카페24든 자사몰이든 상품별 판매 데이터는 다 뽑을 수 있으니까요. 순서는 이래요.
말로만 하면 감이 안 오니까 숫자로 볼게요. 제가 예전에 정리했던 어떤 여성복 스토어의 실제 감을 살려서, 상품 수 200종·월 매출 3,600만 원짜리 가상 스토어로 만들어봤어요. (숫자는 예시예요.)
| 등급 | 상품 수 | 상품 비중 | 월 매출 | 매출 비중 | 누적 매출 비중 |
|---|---|---|---|---|---|
| A | 38종 | 19% | 2,700만 원 | 75% | 75% |
| B | 52종 | 26% | 650만 원 | 18% | 93% |
| C | 110종 | 55% | 250만 원 | 7% | 100% |
보세요. 38종, 그러니까 전체의 19%가 매출의 75%를 만들어요. 반대로 C등급 110종은 그 많은 가짓수에도 매출은 7%밖에 안 되고요. 재고 관리 시간을 이 비중대로 쓰고 있냐고 물으면... 대부분 아니에요. 오히려 안 팔리는 C를 붙잡고 "이거 왜 안 나가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어요.
나눴으면 이제 실제로 관리를 달리해야죠. 안 그러면 나눈 의미가 없어요. 제가 쓰는 방식은 이래요.
A등급은 절대 품절 금지가 1번 원칙이에요. 안전재고를 넉넉히 잡고, 발주 리드타임을 늘 계산해둬요. 예를 들어 이 상품이 하루 평균 5개 나가고 입고까지 10일 걸린다면, 재고가 70~80개 밑으로 떨어지는 순간 바로 발주를 넣는 식이에요. A는 광고도 여기에 몰아요. 어차피 전환이 잘 되는 애들이니까 광고비 대비 성과도 제일 좋게 나오거든요. ROAS가 뭔지, 어떻게 봐야 하는지 헷갈린다면 이 글을 같이 보면 좋아요.
B등급은 A 후보로 보고 키워요. B 중에는 조금만 밀어주면 A로 올라올 애들이 섞여 있어요. 상세페이지 손보고, 리뷰 쌓고, 가끔 기획전에 끼워넣고... 그러다 반응 오면 재고 늘리는 거죠. 반대로 계속 정체면 C로 강등하고요. B는 '지켜보는' 구간이에요.
C등급은 과감하게 정리해요. 여기가 제일 어려워요. 정 들었거든요. 근데 C를 붙잡고 있으면 창고비, 관리 시간, 심리적 에너지가 계속 새어나가요. 안 나가는 재고는 할인해서 털거나, 묶음 구성으로 A상품에 사은품처럼 붙이거나, 아예 판매 중지해요. C를 정리해서 확보한 현금과 시간을 A에 재투자하는 게 이 분석의 진짜 목적이에요.
여기서 제일 많이 하는 실수를 짚을게요. 매출액만 보고 등급을 매기면 착시가 생겨요. 매출은 큰데 남는 게 없는 상품이 있거든요.
예를 하나 들게요. 같은 A후보 두 상품이에요.
| 상품 | 월 매출 | 마진율 | 월 순이익 | 매출 등급 | 순이익 등급 |
|---|---|---|---|---|---|
| 세일 니트 | 420만 원 | 12% | 50만 원 | A | B |
| 기본 티셔츠 | 260만 원 | 38% | 99만 원 | B | A |
매출만 보면 세일 니트가 A, 기본 티셔츠가 B예요. 근데 순이익으로 보면 완전히 뒤집혀요. 실제로 지갑에 남는 돈은 기본 티셔츠가 두 배 가까이 많거든요. 만약 매출 기준으로만 관리했다면, 정작 돈 되는 티셔츠는 B로 방치하고 마진 얇은 니트에 광고비를 쏟는 거예요. 이게 은근히 흔해요...
그래서 저는 ABC 분석을 순이익 기준으로도 한 번 더 돌려봐요. 두 번 돌리면 등급이 엇갈리는 상품들이 보이는데, 그게 바로 재고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애들이에요. 원가, 플랫폼 수수료, 광고비, 부가세까지 다 빼고 나서 진짜 남는 돈으로 봐야 판단이 안 흔들려요. 이 계산이 손으로 하기 번거로우면 순이익 착시에 빠지는 이유를 정리한 글도 참고하세요.
솔직히 이 순이익 계산을 매번 엑셀로 하는 게 제일 귀찮았어요. 그래서 저는 대시부스터를 쓰는데, 상품별로 원가·수수료·세금 다 뺀 실제 순수익이 실시간 대시보드에 뜨거든요. 어떤 상품이 순이익 A인지 매출만 A인지가 한눈에 갈려서, 등급 나누는 시간이 확 줄었어요. 매달 손으로 정렬하던 걸 생각하면...
ABC 등급은 고정이 아니에요. 계절 타는 상품이 특히 그래요. 여름엔 C였던 니트가 겨울엔 A로 올라오잖아요. 그래서 한 번 나눠놓고 끝내면 안 되고, 최소 분기에 한 번, 시즌 바뀔 때는 꼭 다시 돌려야 해요.
재분석할 때 같이 보면 좋은 지표가 재고회전율이에요. 같은 A등급이어도 재고가 빨리 도는 상품과 느리게 도는 상품은 발주 전략이 달라야 하거든요. 매출은 큰데 회전이 느리면 자금이 재고에 묶여서 현금흐름이 나빠져요. 이런 부분은 정산 주기와 현금흐름 관점에서 같이 보면 그림이 더 선명해져요.
정리하면 흐름은 이래요. 3개월 데이터를 뽑고 → 매출과 순이익 두 기준으로 줄 세우고 → A는 품절 방지와 광고 집중, B는 육성, C는 정리 → 분기마다 다시. 이 루틴만 돌려도 재고에 쏟는 에너지가 훨씬 효율적으로 분배돼요.
네, 오히려 작을수록 감으로 관리하다 놓치기 쉬워서 한 번쯤 줄을 세워보는 게 좋아요. 다만 30종이면 A를 5~7종 정도로 좁게 잡고, C도 너무 매정하게 정리하기보단 '광고를 안 넣는 상품' 정도로만 구분해도 충분해요. 규모가 작으면 컷을 유연하게 가져가세요.
최종 판단은 순이익 기준을 우선하세요. 매출은 크지만 안 남는 상품에 힘을 쏟는 게 제일 억울하거든요. 다만 매출 기준도 같이 보는 이유는, 매출이 커야 브랜드 노출이나 신규 유입에 도움 되는 '미끼 상품'이 있기 때문이에요. 두 표를 나란히 놓고 엇갈리는 상품을 찾는 게 핵심이에요.
단순 할인만이 답은 아니에요. 마진 얇은 할인은 오히려 손해를 키울 수 있어요. A상품 살 때 붙이는 사은품, 묶음 구성, 무료배송 조건 맞추기용 끼워팔기처럼 A의 매출을 도와주는 역할로 쓰는 게 더 남는 장사일 때가 많아요. 그래도 안 움직이면 그때 손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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